2024 (재)발견 배우
아직 올해가 끝나지 않았지만, 점점 글 쓸 소재도 떨어지고, 올해가 지나기 전에 새로운 배우가 추가되지 않을 것 같아 글을 쓰기로 했다.
*발견의 기준은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으로 이루어졌다.
최민식
작품: 파묘
대한민국에 이 배우를 모르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물론 나도 알고 있던 배우다. 하지만 최민식 배우는 주로 영화판에서 활동하고, 나는 영화를 거의 잘 보지 않는다. (영화보다는 드라마파!) 때문에 파묘를 보기 전까지 최민식 배우가 나온 작품은 ‘올드보이’와 ‘신세계’ 밖에 없었다. 그나마 올드보이는 과제로 봤고, 신세계는 ‘관상’을 보고 이정재 배우가 나온 작품을 찾다가 봤던 것 같다. 파묘도 굉장히 보기 망설였는데(공포 영화를 전혀 안보기 때문에), 보기 잘한 것 같다. 영화도 짜임새 있게 잘 만들었고, 현 시국에 의미있는 작품이었으며, 배우들의 합도 좋았다. (개인적으로 천만 영화가 되길 희망했고, 2번이나 영화관에 가서 봤다.) 마지막에 최민식 배우가 나무(삽 손잡이)로 악귀를 해치우는 장면이 너무 좋았고, 최민식 배우의 팬서비스 등이 화제가 되며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 이후 ‘명량’,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 ‘카지노’, ‘조용한 가족’ 등의 작품을 찾아 봤다. 아쉬운 건 악역과 잔인한 연기를 많이 했다는 것. 물론 배우도 하고 싶어서 한 것은 아니지만… 연기가 훌륭한 것과는 별개로 보는데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작품은 이제 별로 보고 싶지 않다.
‘명량’은 마지막 해전씬이 정말 좋았고, 앞부분의 전개는 다들 지적하듯 좀 루즈했다. ‘봉오동 전투’에서 홍범도 역도 그렇고, 이런 장군 역할이 정말 잘 어울린다.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에서는 평범하고 지적인 역할이라 좋았다. ‘카지노’는 시즌1이 정말 좋았다. 시즌2는 말을 아끼겠다.
언젠가 ‘행복의 나라로’가 개봉한다면, 그건 꼭 영화관에서 보겠다.
크리스찬 케인
작품: 레버리지 리뎀션, 올모스트 파라다이스
모든 것은 갑자기 시작된다. 어느 날 아무 생각 없이 오랜만에 레버리지를 다시 보려고, 티빙에 ‘레버리지’를 검색했다가 ‘레버리지: 리뎀션’을 찾은 것이다. ‘레버리지’를 찍었던 대부분의 배우들이 다시 돌아왔고, 내용은 여전하다. 적당히 의롭고, 적당히 재밌으며, 적당히 얼버무리며, 해피엔딩이다. 배우들이 나이든 모습이 아쉽지만 좋아했던 시리즈의 새 이야기를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 행복하다.
*’레버리지’는 시즌5로 완결된 미드로, 도둑들이 부자들에게 사기 쳐서 피해자를 도와주는 내용이다. 현재 한국에서는 볼 수 있는 곳이 없다. 이걸 DVD로 사서 보겠다고, 아마존을 뚫어보려고 했지만…
‘레버리지’에서 크리스찬 케인의 비중이 1/5이라면, ‘올모스트 파라다이스’는 원맨쇼에 가깝다. 전설적인 마약 단속국 비밀 요원이 믿었던 파트너에게 배신당한 뒤, 심각한 병을 덕고 조기 은퇴한다. 그리고 필리핀에서 선물 가게를 운영하다가 꼬이게 되며, 필리핀 경찰들을 도와주는 이야기다. 평범한 수사물이지만 필리핀이라는 배경이 새롭고, 크리스찬 케인 특유의 캐릭터가 잘 사는 드라마다. 엘리엇 스펜서가 경찰이 되고, 좀 더 유머 감각을 가진 것 같달까. (크리스찬 케인은 김치찌개 맛집 같은 배우다. 김치찌개 맛집에 김치찌개를 먹으러 가듯, 크리스찬 케인에게 기대하는 바도 이와 같다. 엘리엇 스펜서는 레버리지에서 크리스찬 케인이 맡은 배역)
안타까운 것은 ‘레버리지:리뎀션’이랑 ‘올모스트 파라다이스’ 둘다 다음 시즌 소식이 들리지 않는다. (물론 미국 드라마라 내가 소식에 어두운 것일 수도) 놀랍게도 크리스찬 케인이 예전에 나왔던 또 다른 드라마 ‘라이브러리언’ 역시 ‘레버리지’처럼 돌아오는 것 같다. 하지만 이 드라마는 좀 만듦새가 많이 어설프다. ‘레버리지’가 눈감아줄 만큼의 어설픔이라면, ‘라이브러리언’은 눈 뜨고 못 볼 지경의 어설픔이다. 그래서 이 드라마는 시즌1에서 떨어져나갔다. 게다가 TNT는 딱히 드라마에 돈을 투자하지 않아서 더욱 기대가 안된다.
마이클 쉰
작품: 멋진 징조들
‘레버리지’를 보려고, 아마존을 집적거리다가 보게 된 ‘멋진 징조들’. 그리고 천사 아지라파엘을 연기한 마이클 쉰의 매력에 빠지게 됐다. 마이클 쉰은 영국 웨일스 배우로 주로 영화와 연극에서 활동했다. 그리고 영화를 보지 않는 내 성향과 맞물려 ‘멋진 징조들’ 전에는 ‘마이클 쉰’의 존재 자체를 알지 못했다. (그전에 본 작품은 잠깐 나왔다가 바로 죽는 ‘킹덤 오브 헤븐’과 목소리만 나오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밖에 없다.) 멋진 징조들에 대해서는 이전 ‘아마존 프라임’ 추천 드라마에서 잠깐 얘기했으니, 여기서는 그 이후에 찾아본 마이클 쉰의 작품들에 대해 얘기해 보려 한다.
위에 언급한 작품들 외에도 마이클 쉰은 쉬지 않고 연기를 해서, 꽤나 긴 필모를 갖고 있다. 하지만 그 중 대부분 한국에서 볼 수 없고, 연극이라는 점은 넘어가도록 하자. 마이클 쉰이 매 배역마다 새롭고 다른 연기를 한다고 느껴지는데, 그건 그가 표정을 참 잘 쓰고 각 배역에 맞는 목소리와 악센트를 쓰기 때문인 것 같다. (크리스찬 케인이 김치찌개 맛집이라면, 마이클 쉰은 토마토 같다. 그만의 매력과 캐릭터에 대한 연구로 모든 배역에 감칠맛을 더한다.) 미국으로 진출한 뒤로는 좋은 배역을 많이 못 얻은 것 같아 좀 아쉽다. 마이클 쉰의 악역 연기도 매력적이지만, '망하지마라 망할 놈아' 느낌은 이제 그만보고 싶다. 최근에는 그냥 망해야 될 것 같은 캐릭터도 꽤 연기했고.
젠슨 애클스
작품: 더 보이즈, 빅 스카이
어느 날 유튜브 알고리즘이 이 썸네일을 보여줬다. 알고리즘에 들어갔더니, 사람들이 젠슨 애클스를 ‘딘 윈체스터’가 아니라 ‘홈랜드 아버지’라고 부르는 걸 보게 됐다. 그제야 수퍼내추럴 시즌12를 끝으로 관심을 끊은 젠슨의 필모를 찾아보게 되었고, 젠슨이 수퍼내추럴을 시즌 15로 마무리한 뒤에도 소처럼 일했음을 알게 되었다. (‘더 보이즈’, ‘빅 스카이’, ‘트래커’를 찍었다.)
‘트래커’에서 젠슨은 주인공의 형, 러셀로 시즌마다 한 회씩 출연한다. 현재 시즌1만 디즈니 플러스에 있고, 시즌2는 미국에서 방영중이다. 특수부대출신으로 현재는 용병 일을 하고, 양조장을 열겠다는 은퇴 계획을 갖고 있다. 러셀은 딘 윈체스터의 현실 버젼(판타지 빼기)에다, 좀 더 건설적인 버젼 같다. 제대로된 직업도 있고, 은퇴 계획도 갖고 있다니..! 비록 한 시즌에 한 화 밖에 안나오지만, 트래커 다음 시즌을 기다리는 유일한 이유다. 그러니까 디즈니 플러스야, 빨리 시즌2를 데려오렴.
빅 스카이 시즌3에 젠슨 애클스가 보안관으로 합류한다. (안타깝게 시즌4는 캔슬되었다.) 빅 스카이는 여성 탐정 둘이 사건을 해결하는 수사물인데, 나중에는 그 중 한명이 부보안관이 된다. 여기서 젠슨 애클스는 꽤나 정상적인 인물을 연기한다. 보안관에, 이혼했지만 가정을 꾸렸고, 딸도 있다. 성격도 부드럽고 젠틀하다. 비록 마초적인 동네 텍사스에서 왔지만. 젠슨이 연기한 배역 중 가장 정상적인 인물이랄까.
젠슨이 소처럼 일한 덕분에 앞으로도 볼 작품이 3 작품이나 더 있다. 더 보이즈 시즌5, Vought Rising, Countdown. 다만 한국에 언제 들어올지는 미지수다. 적어도 2026년은 넘어야 될 것 같은… 그때까지 수퍼내추럴을 시즌15까지 보며 기다릴 생각이다.